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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학벌이라는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2020년 5월
치열한 입시 경쟁 속, 우리 사회의 학벌지상주의는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고학벌이라는 화려한 왕관의 무게에 짓눌려, 우린 정작 중요한 가치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학벌의 화려함에 현혹되어 학벌지상주의에 깊이 빠져 있을지 모른다.


01
피라미드의
꼭대기를 향해

작년 초, 학벌지상주의를 신랄하게 풍자한 드라마 < SKY 캐슬 >이 방영됐다. 열렬한 애청자였던 난, “그래도 나 S대가 너무너무 가고 싶어”라며 울먹이던 예서를 보고 가슴이 미어졌다. 그러나 드라마에 공감한 것과는 별개로 나는 늘 학벌지상주의의 수혜자였다. 중학교 첫 시험에서 전교 1등을 한 이후부터 주변인들의 시선은 달라졌다. 어딜 가나 공부 얘기만 나오면 칭찬을 받았고, 담임선생님은 “서울 가서 2호선 타야지~”라며 은근히 편애하셨다. 모두의 기대 속에 외고에 입학하고 아득바득 성적을 끌어올린 난 마침내 학벌의 최종 관문인 명문대에 입학했다.
하지만 명문대가 피라미드의 꼭대기는 아니었다. 많은 친구가 S대를 위해 떠났고, 좋은 직장을 위한 스펙 경쟁은 날로 치열해졌다. 나에게 쏟아지는 시선들도 점점 부담이 되었다. 아르바이트를 지원하면 왜 과외를 안 하느냐고 묻고, 진로를 고민할 때는 눈을 높이라고 했다. 첫 만남에서 학교를 묻는 말이 무겁게 느껴질 무렵, 학벌이라는 색안경 속에 비친 나는 어느덧 나에게조차 낯설어졌다.

02
프레임 밖으로
내딛는 발걸음

그러던 어느 날, 블라인드 채용과 자사고 폐지 등 학벌지상주의에 대응하는 정책을 추진한다는 기사를 읽었다. 솔직히 억울했다. 좋은 학벌을 위해 거쳐 왔던 지난한 시간이 떠오르며, 고생의 대가로 혜택을 누려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때 내가 지닌 모순된 생각을 깨달았다. 학벌이 짓눌러오는 무게에 괴로워하면서도 내가 가진 전부인 학벌이 주는 혜택은 누리고 싶었던 것이다. 학벌은 나뿐만 아니라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을 판단하는 프레임이 되었고, 학벌지상주의는 그 프레임을 벗어날 수 없게 만들었다는 것도.
그날 이후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면 다른 무엇보다 그 사람 자체를 보려고 노력한다. 먼저 얘기해주거나 자연스럽게 알게 될 때까지 일부러 학교를 묻지 않기도 한다. 상대방이 묻지 않으면 내 학교 얘기를 하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다. 쉽지만은 않은 일이지만, 사람 자체를 보려는 의식은 원활한 인간관계를 맺고 나를 알아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타인에게 씌운 학벌이라는 프레임을 없앰으로써, 나에게 씌워진 프레임 밖으로 발을 내디딜 용기가 생긴 것이다.
좋은 학벌을 추구하는 게 꼭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학벌만을 앞세우며 나의 시각을 편협하게 만들고, 타인을 멋대로 재단하는 행위는 지양해야 할 것이다. 학벌과 무관하게 자신의 가치를 빛내며, 타인의 다양한 가치를 인정하는 사람이 존중받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학벌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비로소 자유로워진 예서처럼.
글_주혜지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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