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밈(meme)첩한 하루
보내셨나요?
2023년 3월 15일
‘‘민첩한 하루 되세요’라는 표현이 온라인 유행어였던 적이 있다. 상대방과 서로 이어폰이 엉켜 휴대 전화를 떨어트렸고, 그 상황에 대한 마무리 인사였다. 허탈하지만 웃음을 자아내는 말은 금세 인터넷 파도를 타고 유행어로 번졌다. 이제는 그 밈(meme)이 또 다른 밈으로 발전했다. ‘오늘도 밈첩한 하루 되세요’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밈을 배우고 ‘밈첩하게’ 따라가야 하는 세상이다. 모든 밈을 그대로 쫓아 소비해도 되는 걸까?


▶ 사진 출처_영화 <밈 전쟁: 개구리 페페 구하기>

밈의 고향을 찾아서

우선 ‘밈(meme)’의 개념과 기원부터 제대로 짚고 가자. 모방을 뜻하는 그리스 단어 ‘mimema’와 유전자 ‘gene’을 합한 단어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출판부에서 펴내는 영어사전은 이렇게 정의한다. ‘유전자 영향 없이 한 세대에서 다른 세대로 전달되는 문화적 특징이나 어떤 행동 양식(a cultural feature or a type of behaviour that is passed from one generation to another, without the influence of genes)’ 사전적 정의는 이렇지만 실제로는 온라인에서 유행하는 사진이나 동영상 등을 칭한다. 말의 정확한 기원을 찾기는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영국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가 1976년 펴낸 도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처음 소개한 것으로 본다. 그는 밈을 일종의 문화적 유전자라고 설명했다. 모방과 복제 등 유전자와 비슷한 과정을 거쳐 퍼진 뒤 문화 속에 자리하는 것이라고.

문화적 현상을 설명하는 말로 탄생한 밈은 이제 그 자체로 현상이 됐다. ‘밈’이라는 외국어 단어가 일상에서 쓰이기 이전에 우리는 ‘짤방’ 혹은 ‘짤’이라는 말로 그 자리를 채웠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작성할 때 ‘짤림 방지’를 위해 사진을 한 장씩 덧붙이던 것에서 유래한 표현이다. 이제는 온라인에서 유행하는 모든 걸 짤 또는 밈이라고 부른다.


우리끼리 약속한 밈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 발달로 밈이 가진 위력은 점점 더 강해졌다. 물론 과거에도 비슷한 현상은 존재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유행어는 주류 미디어에서 탄생했다. <개그콘서트>나 <무한도전> 등 예능 프로그램, TV 광고에서 유행의 목적을 갖고 입에 붙는 말이나 멜로디를 퍼뜨렸다. 지금 밈은 대중이 적극적 생산자라는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앞서 소개했던 ‘오늘도 밈첩한 하루 보내세요’는 기존에 알려진 밈이 더 진화한 사례다. 이렇게 밈은 단순 유행어를 넘어 탄생 일화 등 배경과 함의를 내포한다. 맥락을 알아야 공감할 수 있는 것. 때문에 다소 폐쇄적이기도 하고, 특정 커뮤니티 내 밈이라면 그곳만의 정서를 공유한다. 소셜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이런 폐쇄성이 감소하고 인터넷 전반의 문화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온라인 커뮤니티 내 밈 문화는 종종 사회적 문제로 이어진다. ‘일베저장소’로 대표되는 극우 커뮤니티에서 사용한 혐오 표현이 밖으로 퍼져나가 논란을 일으킨 경우가 적지 않다. 비슷한 사례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밈 전쟁: 개구리 페페 구하기>는 한 캐릭터 변화에 주목했다. 이 작품은 2020년 개봉해 제36회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으며 화제가 됐다. 영화는 미국 극우 커뮤니티에서 밈으로 사용해 백인우월주의, 나치 등 혐오의 상징이 된 개구리 캐릭터 ‘페페’를 구하고자 하는 고군분투를 담았다. 원제 과 달리 국내 번역판 제목에 ‘밈 전쟁’이란 설명이 붙은 게 인상적이다.


밈의 주인공, 대중

<밈 전쟁: 개구리 페페 구하기>는 대중에 의해 캐릭터 의미와 상징이 원작자 의도와 달라지는 과정을 여실히 담았다. 원작자는 그 고리를 끊고자 원작 만화를 통해 페페의 장례식까지 치루지만 혐오를 지우려는 노력은 여러 차례 좌절된다. 하지만 그사이 페페는 지구 반대편에서 전혀 다른 의미로 변화한다.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에서 저항의 아이콘이 된 것. 당시 홍콩 시민은 미국 내 페페 이미지를 알지 못한 채 그저 인기 캐릭터로만 여겼었기 때문이다. 친숙한 캐릭터를 민주화 시위에 활용하며 시민 참여와 저항의 목소리를 더 멀리 퍼뜨렸다. 한 캐릭터가 증오의 상징임과 동시에 민주화를 외치는 이중적 성격을 품게 된 특이 사례다.

이제 한 명 또는 소수인 사진, 영상 등 이미지 생산자보다 다수의 전달자가 갖는 힘이 더 커졌다. 생산자는 이런 변화가 달갑지 않을 수 있지만 누구나 이미지를 재생산하고 공유하는 시대에서는 더 이상 거부할 수 없는 현상이다.

이미지는 재생산을 거듭하며 새로운 의미가 더해지기도, 전혀 다른 방향으로 뻗어나가기도 한다. 그래서 밈이 갖는 의미를 알고, 경계하는 게 점점 더 중요해졌다. 가벼운 웃음을 위해 찾는 밈에서조차 숨은 의미와 맥락을 파악해야 하는 게 피로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대중이 이미지 재생산자로 변화한 만큼 그에 따르는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잠깐 웃고 마는 즐거움이 누군가를 향한 혐오와 증오의 표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혐오 표현의 밈화(meme 化)를 주의해야 한다. 일상 속 대화는 물론 언론 등 매체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었던 ‘○린이’는 아동의 미숙함과 불완전함만 강조한 비하 표현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아동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과 차별을 조장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아동 비하 표현이 만연해질수록 교육에도 좋지 않다는 지적이다. 해당 사례처럼 이제 온오프라인 유행의 경계가 흐려지고 주류 매체가 밈을 활용하는 게 어색하지 않다. 밈의 역할과 영향을 재고해야 할 때다.
CREDIT
김혜정 기자

#김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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