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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고백과
시절인연
2023년 1월 24일

‘얘 못생겼으니까 사진 퍼오지 마’ 초등학교 5학년 무렵, 부푼 마음으로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만들고 받은 댓글이다. 사실 이보다 더한 욕설이 난무했다. 그때부터 알 수 없는 이유로 함께 다니던 무리에서 소외되기 시작했다. 운이 좋게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며 벗어날 수 있었지만 중학교에서도 이런 일이 반복됐다. ‘너는 좋아하려야 좋아할 수 없는 캐릭터 같아’라는 조롱 섞인 말을 들은 후에는 나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말과 행동을 더 신경 썼고 눈치도 많이 봤다. 그 부작용으로 때때로 결석을 했고, 언제나 학기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같이 급식 먹을 친구가 없을까 봐, 체험학습에서 같이 놀 친구가 없을까 봐. 그 시절 내 모든 신경은 오직 ‘친구’를 향했다. 친구가 없으면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그런 세상이 싫어서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고도 생각했다. 어른이 되면 친구가 필요 없을 것 같았다.

어두웠던 인간관계는 중학교 2학년에 들어서면서부터 조금씩 달라졌다. 새로운 친구와 급식을 먹었고, 수학여행을 떠나는 버스에서도 함께 앉았다. 하지만 과거 일을 알게 되면 다시 나를 싫어할 것 같다는 불안감에 예전 일을 철저하게 감췄다. 비슷한 이야기라도 나오면 회피하기 바빴고, 언젠가 이 관계까지 잃을 수 있다는 걱정도 사라지지 않았다. 다행히 이전과 같은 일은 없었다. 당시 친구와 다른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서서히 멀어지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종종 만나곤 한다.

고등학교에서는 좀 더 다양한 친구를 만났다. 인간관계가 더욱 넓어졌음에도 여전히 불안함이 있었다. 그러나 예전만큼 심하지는 않았다. 스무 살이 되고, 고등학생 때부터 친했던 친구와 한순간에 멀어지는 일을 겪었다. 어릴 적 기억이 떠오르며 ‘역시 내가 정말 이상한 사람이라 다들 떠나는 건가?’라는 생각에 잠식됐다. 그 친구와 다시 가까워졌지만 한 번 더 멀어지며 생각을 고쳤다. 우린 그냥 아닌 거구나.

불교에 ‘시절인연’이라는 말이 있다. 모든 인연에 때가 있다는 뜻이다. 이 말을 참 좋아한다. 초등학교 시절 겉돌았던 건 서로 맞지 않았을 뿐이고, 고등학교 친구와 멀어진 것도 때가 맞지 않아서다. 신기한 건, 지금 서로 속마음을 터놓는 친구와 처음엔 전혀 친해질 줄 몰랐단 거다. 결국 그와 내가 어떻게든 닿게 될 인연이었던 거겠지. 어릴 땐 알지 못했다. 그래서 과거를 부끄러워하며 숨겼고, 끊임없이 불안해했다. 이제는 모두 시절인연인 걸 안다. 멀어지는 관계는 누구의 잘못이 아닌 단지 맞지 않아서다. 떠나가는 사람을 붙잡기보다 곁에 머무는 인연을 더 신경 쓰기 위해 노력한다. 친구를 잃을 거란 불안도 더 이상 없다. 언젠가 타임머신이 생긴다면 외로운 시간을 보내던 10대의 나를 찾아가 시절인연을 알려주고 싶다. 그리고 네 잘못이 아니라고, 불안해하지 말라고 꼭 안아줘야지.
CREDIT
송유진 학생기자

#송유진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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