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to the 2000's
Y2K Fashion
2022년 6월 1일
‘배앓이 패션’ 선두였던 배꼽 티, 골반에 걸쳐 입는 청바지, 상하의 색을 맞춘 핑크색 벨벳 트레이닝복, 반짝거리는 비즈 액세서리까지. 모두 2000년대 스타일 아니냐고? 패션은 돌고 돈다는 말을 증명하듯, 영원한 흑역사로 남을 것 같았던 ‘Y2K 패션’이 Z세대 마음을 사로잡았다. 작년부터 힙한 감성으로 사랑받은 Y2K 패션 열기는 지금까지 이어져 런웨이뿐 아니라 SNS, 길거리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 사진 출처_영화 <퀸카로 살아남는 법>

돌아온 세기말 감성

▶ 사진 출처_블랙핑크 제니 인스타그램 @jennierubyjane

1990년대에 사용하던 컴퓨터 대부분은 연도의 마지막 두 자릿수만 인식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당시 2000년이 되면 컴퓨터가 ‘00’만을 인식해 1900년과 혼동하면서 사회적 대혼란이 일어날 거라는 루머가 돌았다. 이를 ‘컴퓨터 2000년 연도표기 문제’ 또는 1000년대 오류란 의미에서 ‘밀레니엄 버그’라고 한다. ‘Y2K’는 바로 이 버그를 가리킨다. 또한 Year(연도)와 Kilo(1000) 첫 글자를 따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사이를 지칭하는 ‘Year 2000’ 줄임말로 쓰이기도 한다.

흔히 알고 있는 뉴트로, 레트로 스타일링과 구별되는 Y2K 패션의 가장 큰 특징은 ‘서양 하이틴’이다. 벨벳 트레이닝 슈트, 볼드한 액세서리, 화려한 컬러와 패턴을 조합한 티셔츠 등 2000년대 서양 하이틴 스타 감성이 묻어나는 아이템을 활용하는 게 핵심. 미국 방송인 패리스 힐튼은 2000년대에 핑크, 블루 컬러의 벨벳 트레이닝 셋업을 유행시켰다. 지난 2021년 7월 태연은 ‘Weekend’ 앨범 콘셉트 화보에서 이 패션을 그대로 재현해 화제가 됐다. 블랙핑크 제니 역시 같은 해 8월 벨벳 트레이닝 셋업과 오렌지 컬러 틴트 선글라스를 착용한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게시했다.

2021년이 Y2K 패션 귀환을 알린 예고편이었다면 2022년에는 본편이 시작됐다.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y2kfashion에는 약 100만 개가 넘는 게시글이 있을 정도. 이러한 유행은 올해 하반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국내 브랜드 ‘본봄(BONBOM)’은 3월 18일에 열린 서울패션위크 2022 F/W 컬렉션에서 Y2K 아이템을 선보였다. 복고 스타일을 살리며 Z세대만의 자유분방하면서도 톡톡 튀는 감성과 사랑스러움이 공존하는 패션 아이템을 알아보자.


내릴수록 힙한 로라이즈(Low-rise)

▶ (좌)사진 출처_‘미우미우’ 공식 홈페이지 / (우)사진 출처_‘블루마린’ 공식 홈페이지

2000년대 초반 패션계를 점령한 의상은 일명 ‘골반 바지’로 불리던 ‘로라이즈’. Y2K 패션 대표로 꼽힌 이 아이템은 밑위가 매우 짧은 하의를 골반에 걸쳐 입는 스타일이다. 2022년 패션계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바지가 바로 이 로라이즈다.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 ‘지그재그’에 의하면 지난해보다 검색량이 37배, 거래액은 10배 이상 급증했다고.

로라이즈가 다시 본격적으로 대두된 건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미우미우(MiuMiu)’의 2022 S/S 컬렉션 이후부터다. 모델 대부분이 골반이 드러나는 옷을 입고 등장한 것. ‘샤넬(CHANEL)’ 역시 쇼에서 골반에 걸치는 치마 위로 속옷 밴드가 나오는 스타일을 선보였고, ‘블루마린(Blumarine)’은 통이 넓은 로라이즈 팬츠를 공개했다.

패션 암흑기라고 불릴 정도로 촌스러웠던 Y2K 패션에서 힙한 감성이 느껴지는 이유는 핏에 있다. 2000년대에는 일자인 스트레이트, 아랫단으로 갈수록 살짝 퍼지는 세미 부츠컷, 다리에 딱 달라붙는 스키니 등 다리 라인을 강조하는 핏이 대세였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타이트한 옷보다 편안한 옷을 찾았다. 이러한 트렌드에 따라 로라이즈도 바지통이 넓은 와이드 핏을 갖춰 보다 착용감이 좋고 세련된 아이템으로 돌아왔다.

로라이즈를 더욱 돋보이게 입고 싶다면 크롭트 톱과 함께 입어도 좋다. 특히 밝은 파스텔톤이나 채도가 높은 컬러의 톱에 로라이즈를 매치하면 완벽한 Y2K 감성을 느낄 수 있다.


기본템으로 장착한 크롭트 톱(Cropped top)

▶ 사진 출처_‘돌체앤가바나’ 공식 홈페이지

로라이즈와 함께 코디할 수 있는 아이템도 인기를 끌고 있다. 경제적 위기를 맞기 전, 90년대 중후반은 한국 역사상 가장 찬란한 황금기라고 불린다. 정치적 억압은 완화되고 삶의 무게보다 청춘의 낭만이 컸던 시대였기 때문. ‘크롭트 톱’은 이러한 개방적 사회 분위기에 맞춰 유행한 패션이다. ‘룰라’ 멤버 채리나, ‘핑클’ 멤버 이효리 등 댄스 가수가 입은 후 패션 트렌드가 됐고 많은 사람이 짧은 티셔츠를 입으며 배꼽을 드러냈다. 덕분에 ‘배꼽티’라고 불린 이 옷은 최근 ‘크롭트톱’이라는 이름으로 귀환했다.

사실 크롭트 톱은 로라이즈 스타일이 본격 유행하기 전에 먼저 정착한 트렌드 아이템이다. 와이드 팬츠, 하이 웨이스트 팬츠, 스커트 등 어떤 하의와 매치해도 다양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어 멋과 개성을 중시하는 Z세대에게 선호도가 높았다.

크롭트 톱 역시 몸에 딱 달라붙는 형식이 주였던 90년대와 달리 품이 넉넉한 티셔츠를 잘라놓은 듯한 스타일이 많다. 재킷, 셔츠, 니트 스웨터 등 형태도 다양해졌다. 기존의 배꼽티가 아니라 원하는 기장과 마감을 선택할 수 있어 스타일링 폭이 넓어진 것이다.

과감한 스타일을 입어보고 싶지만 일상에서 소화하기 어렵다면 재킷을 걸쳐 부담을 덜어낸 ‘돌체앤가바나(Dolce&Gabbana)’ 컬렉션 룩을 참고해보자. 무작정 유행을 따르기보다 상황에 맞게 조율하는 태도가 몇 배는 더 힙하니까.


패션을 완성시켜 줄 플랫폼 슈즈(Platform shoes)

▶ (좌)사진 출처_‘컨버스 코리아’ 공식 홈페이지

플랫폼 슈즈는 밑창 전체가 높은 신발을 말한다. 신은 모습이 마치 플랫폼에 올라선 것처럼 보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고대 그리스에서도 비슷한 모양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지닌 플랫폼 슈즈는 시대를 거치며 다양하게 변화했다.

지난 시즌부터 이 플랫폼 슈즈 인기가 심상찮다. Y2K 패션이 대세가 되면서 플랫폼 슈즈 유행도 돌아온 것. 많은 브랜드 디자이너가 2022 S/S 컬렉션에서 다양한 종류의 슈즈를 대담한 굽에 올려 투박하면서 독특한 형태를 띠는 아이템을 대거 선보였다. 현재 유행하는 플랫폼 슈즈는 앞굽을 두툼하게 받쳐주는 70년대 스타일이다. 차이는 가벼운 스포츠웨어를 즐기는 ‘애슬레저(athleisure)’ 룩 트렌드에 발맞춰 힐보다 운동화 활용이 높다는 점.

플랫폼 슈즈를 대세로 이끈 주역은 클래식한 통굽이 매력적인 스니커즈와 어글리 슈즈(ugly shoes)다. 편안한 착화감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어글리 슈즈는 어떤 옷과도 잘 어울리며 스타일링에 따라 다양한 분위기 연출이 가능하다. 또한 애슬레저 룩 인기가 지속되면서 러닝화에 플랫폼을 적용한 신발도 주목받고 있다.

패션의 완성은 비율. 플랫폼 슈즈는 옷단이 넓은 플레어드 팬츠와 함께 착용하면 굽이 가려져서 다리가 길어 보이는 효과를 준다. 시선을 끄는 슈즈를 신고 싶다면 과감한 ‘통굽’이 키워드임을 기억하자.


이렇게 입으면 기분이 조크든요

다시 돌아오면 안 될 유행으로 불려온 비운의 Y2K 패션. 누군가에게는 지울 수 없는 흑역사를 남기기도 했지만 그 시절 입던 옷은 현재 힙의 대명사가 됐다. Y2K 패션 유행 시작은 어디서부터였을까.

거리두기 해제 전, 집콕 생활이 길어지면서 많은 사람이 자연스럽게 각종 OTT 플랫폼을 찾았다. 새롭고 다양한 볼거리를 찾던 이들에게 ‘고전 영화 다시 보기’는 필연이었다. 특히 2000년대 대표 하이틴 영화 <클루리스>, <퀸카로 살아남는 법>, 드라마 <가십걸> 등이 다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당시 의상이나 액세서리 등에 흥미를 느낀 Z세대가 늘어나면서 유행의 동력이 된 것.

2000년대는 한 세기에서 다른 세기로 넘어가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뉴밀레니엄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맞이한 만큼 문화 전반에서 사이버, 테크노, 디지털 등 ‘혁신적이고 미래적인 것’에 가치를 두는 분위기였다. 많은 패션 업계 전문가는 개성 가득한 Y2K 시대 문화를 다시 주목하는 이유로 그때의 자유로움이 지금 Z세대 가치관에 부합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복고를 즐기는 게 아니라 다양성을 인정하고 개성을 존중하는 문화가 재탄생한 거라고.

현재 패션뿐 아니라 모든 콘텐츠에서 뉴트로를 느낄 수 있다. 추억과 새로움이라는 상반된 단어가 결합해 Z세대와 기성세대를 잇는 트렌드를 만들어낸다. 취향 중심으로 소비하는 지금, 앞으로도 뉴트로는 새로운 형태로 계속 진화할 것이다.
CREDIT
양지원 기자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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