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세상을 깨끗하게 만드는 사람들입니다” 클린어벤져스 이준희 대표
2021년 12월 13일
지난 6월, 서울대학교에서 청소부 한 분이 안타깝게 생을 마감하셨다. 누구보다 성실히 살아오신 고인은 문제의 필기시험에서도 1등을 차지했지만, 결국 차디찬 휴게실에서 세상을 떠났다. 이 비극은 명문 서울대에서 발생했기에 더욱 많은 사람의 공분과 회의감을 불러일으켰다. 지식을 권력으로 악용하는 세상에 회의감이 들던 찰나, 사회 취약계층을 돕는 청소 유튜버 ‘클린어벤져스’ 의 이준희 대표를 만났다. 처음에는 가장의 책임감으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쓰레기집을 무료로 청소해주고 있다. 세상의 어두운 구석을 매일 쓸고 닦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사진_클린어벤져스 제공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특수 청소 업체 ‘클린어벤져스’의 대표 이준희입니다. 올해 40세이고, 현재 클린어벤져스의 유튜브 채널과 청소 중개 플랫폼 ‘마녀의 빗자루’도 함께 운영 중입니다. 클린어벤져스는 6년 전에 창업해서 3명의 고정 팀원과 함께하고 있어요. 가끔 청소 규모가 커서 일손이 부족할 땐 객원 멤버도 함께 현장에 나가요.

구체적으로 어떤 봉사를 하시나요?
우선 쓰레기집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데요. 집안에 쓰레기가 쌓여 실내를 가득 채운 상태를 뜻해요. ‘쓰레기 산’의 실내 버전이죠. 저희는 그중에서도 은둔형 외톨이 등 사회에 나가길 꺼리시는 분들의 집을 방문해서 무료로 청소를 해드리는 ‘헬프미 프로젝트’를 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이분들의 이야기를 유튜브에 담아보면 어떨까 싶어서 인터뷰를 진행했어요. 그런데 회차가 계속되면서 주변 기업들로부터 의뢰자분에 대한 취업 제의도 오더라고요. 그 이후부터는 청소와 인터뷰, 그리고 부가적으로 취업 알선까지 가능하면 해드리고 있어요.

사회 취약 계층을 돕게 된 계기가 있나요?
쓰레기집 청소 의뢰를 처음으로 해주신 여성분의 “이곳에서 꺼내주세요”라는 말씀이 아직도 기억나요. 현장에 가보니 4~5평 정도의 원룸에 쓰레기가 가슴팍까지 쌓여 있었어요. 당시엔 처음인 데다 놀라기도 해서 거절하려는데 의뢰자분이 울면서 도와달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100만 원가량을 받고 종일 걸려 그 집을 청소했던 것 같아요. 그 후로 쓰레기집 청소를 할 때마다 홍보했더니 의뢰가 점점 많아지고, 유튜브까지 하게 됐어요. 유튜브 구독자 수가 5만, 6만 명이 되니까 시청자들이 의뢰자의 사연을 궁금해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의뢰자의 이야기를 담는 헬프미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저희도 궁금했거든요.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내가 이 사람들의 친구가 돼주고 버팀목이 되어주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마 그때부터였을 거예요. 사업에 봉사를 담게 된 때가.

청소 중에 돌발 상황도 있으셨나요?
한번은 MBC 시사 ‘실화탐사대’에서 어떤 분을 도와달라는 요청이 왔어요. 정신질환을 앓고 계신 분이 쓰레기로 뒤덮인 집 때문에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계셨어요. 알고 보니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습관을 지니셨더라고요. 쓰레기를 쓰레기라고 인지하시는 분과 그렇지 못하시는 분은 차이가 있는데, 그분은 오래된 페트병이나 다 쓴 종이컵까지도 재활적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서 보관하신 거죠. 그분처럼 특수한 상황에 처하신 경우에는 저희가 항상 집안에 들어오지 못하게 해달라고 요청해요. 그런데 그날 집주인분이 집으로 들어오셔서 청소하는 모습을 목격하신 거예요. 갑자기 쓰레기를 버리고 있는 발코니로 가서 난간에 다리 한쪽을 걸치고 트럭으로 뛰어내리려고 하셔서 현장에 있던 모두가 놀랐죠. 다행히 팀원들이 잘 잡아줘서 사고는 없었는데 아직도 그때만 생각하면 가슴이 철렁해요.

▶ 사진_클린어벤져스 제공

헬프미 프로젝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편이 있다면요?
3화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세무 공무원이셨던 의뢰자분이 직장 내 성추행으로 남모를 고충을 안고 계셨어요. 가해자를 고소했지만, 그 후에도 회사 내에서 2차, 3차 피해를 보셨다고 들었어요. 결국 직장을 그만두시고 저희한테 다시 연락을 주셨는데, 그때가 새벽 2시였어요. 유감스럽게도 제가 자고 있어서 받질 못했죠. 그다음 날 부재중 통화를 확인하고 불길한 예감에 근처에 사는 팀원에게 가보라고 했는데, 현장에 도착했을 때 그분은 이미 생을 마감하셨어요. 그 사건 이후에 죄책감도 많이 느꼈지만, 한편으로는 제가 헬프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책임감도 가져야겠다고 다짐했어요. 그분을 끝까지 지켜드리지 못해 아직도 마음이 아프지만 남은 분들이라도 보다 좋은 삶을 살 수 있게 돕고 싶어요. 어떻게 보면 지금 하는 봉사의 원동력이 돼주신 분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헬프미 프로젝트를 신청하시는 분들의 이유는 대체로 어떻게 되나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해서 신청하시는 분이 많아요. 처음엔 낯선 사람이 집에 들어오니까 어색해하시는데, 대화의 물꼬를 트고 분위기가 편해지면 말씀을 정말 많이 해주세요. 인터뷰를 통해서라도 자기 안에 있는 어두운 이야기들을 끄집어내시는 거죠. 쓰레기집 청소 의뢰가 ‘내 집 좀 치워줘’라는 느낌이면, 헬프미 프로젝트는 ‘내 얘기 좀 들어줘’라는 구조 사인인 것 같아요.

청소부로 일하시면서 많은 사람의 편의를 돕게 되는데, 반대로 청소를 부탁한 사람에게 도움을 받은 적도 있나요?
헬프미 프로젝트에 나와 주신 의뢰자분들이 감사의 표시를 많이 해주세요. 1화에 출연하신 분은 밤늦게 저희 회사에 찾아오셔서 방역 마스크를 한 보따리 주고 가셨어요. 한창 마스크 품귀 사태로 구하기 힘들때 였는데 너무 감동했죠. 다른 분들도 “덕분에 가족과 함께 식사할 수 있게 됐어요”, “다시 세상에 나갈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등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고요.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은 앞서 말씀드린 전직 세무 공무원이시죠. 세상을 떠나기 전에 저희에게 거액을 기부해주셨어요. 당시엔 이 돈을 받아도 될까 싶었는데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을 돕는 데 쓰려고요.

올해 서울대학교에서 청소부 갑질 논란이 있었는데요. 같은 직업군에 종사하시는 입장으로서 해당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셨는지 여쭤보고 싶어요.
갑질은 당연히 하면 안 되죠. 청소부가 청소만 잘 하면 되지 외국어 능력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고요. 그리고 한국 사회가 전반적으로 청소부에 대한 인식이 좋진 않은 것 같아요. 독일에선 아침에 굴뚝 청소부를 만나는 게 그렇게 행운이래요. 아침에 출근하거나 산책할 때 굴뚝 청소부를 만나면 모자를 벗어 경의를 표현한다더라고요.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에서는 직원 휴게소에 화이트칼라뿐 아니라 청소부도 함께 들어가 쉴 수 있고, 근무 시간당 휴식 시간도 명확히 정해져 있어요. 직업엔 귀천이 없다고 생각해요. 누구는 단어 암기에 능해서 영어를 잘한다면 누구는 청소를 잘해서 청소부를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젊은 나이에 청소부 일을 시작한다는 게 흔한 일은 아니잖아요. 같은 업종에 종사하시는 또래분들께 한마디 부탁드릴게요.
환경미화원, 건물 청소부 등 청소를 업으로 하시는 모든 분이 사명감과 자부심을 가지시면 좋겠어요. 저희는 이 세상을 깨끗하게 만드는 사람들이잖아요. 다른 직장인 분들과 마찬가지로 저희도 사회의 한 귀퉁이에서 톱니바퀴의 일부로 돌아가고 있는 거예요. 사회가 잘 돌아갈 수 있도록 말이죠. 여러분이 하고 계신 일이 고귀하다는 것을 명심하시고 자신감 있게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CREDIT
취재_하서빈 기자

#하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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