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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은 친구에게,
수취인을 잃은 편지
2021년 11월 19일
이따금 한 친구가 생각난다. 다툼과 화해를 반복하며 우정을 쌓았던 우리. 한순간에 틀어지기도 했지만, 이제는 좋았던 순간들만 생각나는 걸 보니 미움도 희미해진 모양이다. 가장 힘들 때 힘이 되어줬던 친구에게, 찬란했던 우리의 시간을 되새기며 안부를 전해보는 건 어떨까?


그리움, 미움보다 무서운 이름

To. 찹쌀떡
안녕. 너에게 인사를 건네는 게 어색해지는 날이 오네. 몇 달 전 네가 좋아하던 밴드의 노래를 들었어. 너도 분명 어디선가 이 노래를 듣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문득 예전의 우리가 떠올랐어. 너는 참 엉뚱하고 호기심이 많은 아이였어. 궁금한 게 생기면 꼭 물어봐야 했지. 그런 너의 솔직하고 당당한 모습이 참 좋았어. 스탠딩 책상에 서서 졸던 네 모습도 기억이 나. 잠이 많은 널 깨우지도 못하고 그저 피식 웃으며 공부를 하곤 했는데. 그러고 보니 수시 지원 결과를 처음 확인하던 순간에도 네가 있었어. 떨린다며 대신 결과를 봐 달라는 내 부탁에, 너는 나보다 먼저 내 결과를 확인했지. 네 표정을 보며 떨려 하던 내 모습도, 그런 나를 축하해주던 네 모습도 생생해. 내가 불합격 결과를 확인하던 날도 기억나. 너는 외출증을 끊어 풀이 죽은 날 데리고 밥을 먹으러 나갔는데, 지금도 그곳에 가면 종종 네 생각이 나더라.

네가 좋아하던 밴드의 콘서트에 같이 갔을 때였지? 우리가 이렇게 멀어질 만큼 싸운 날 말이야. 그땐 네가 참 미웠는데. 세월이 흘러 생각해보니 지금은 웃어넘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모든 기억이 추억이 되는 건 아니라지만, 우리가 함께 웃던 날들은 내게 분명 추억이거든. 고등학교 3학년, 모두가 그렇듯 힘든 시기였지만 네 덕분에 많이 웃을 수 있었어. 참 신기하지. 너와 이토록 멀어지는 계기가 됐던 그 밴드가 지금은 너를 떠올리게 한다니. 졸업하고 몇 달 뒤 너에게 대학에 합격했다는 연락이 왔어. 그때 내가 한 답장이 가끔 후회돼. 너의 행복을 빈다는 말보다 다시 얼굴 보고 얘기하자고 할걸. 너도 그걸 바란 건 아니었을까? 늦었지만 보고 싶어. 그리고 진심으로 네가 행복하길 바라. 안녕.

From. 가은


친구는 떠나고 내게 남은 것

To. 성님
안녕. 우리가 알게 된 것도 벌써 6년이 훌쩍 넘었네. 별다른 낯가림도 없이 말 한마디 건네면 수업 종이 칠 때까지 떠들었던 우리는 둘도 없는 절친이 되었지. 얼마 전, 너와 함께 찍은 사진을 봤어. 교복을 입고 우스꽝스러운 표정으로 카메라를 향해 웃고 있더라. 지금은 서로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조차 묻지 못하는 사이가 되어버렸네. 나와 함께했던 추억을 지워버리진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는 건 아무래도 내 탓이 클 거야. 내 고등학교 시절은 너로 가득했어. 그래서 더 미안하고 그리워.

너는 날 생각하면 어떤 기억을 먼저 떠올릴까? 나는 방과 후 수업에 들어가기 전 청소를 끝내고, 코코아 한잔을 뽑아 학교 한 바퀴를 돌며 수다 떨었던 게 생각나. 우리가 가장 기다리던 시간이었잖아. 너는 끼가 참 많은 친구였어. 춤도 잘 추고 노래도 잘 불러 밴드부 보컬이었잖아. 무대에 설 때마다 “응원 많이 해줘야 한다”라는 한마디에 나는 목이 터져라 네 이름을 외쳤지.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에게 예민해질 때가 많기도 했어.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별일 아닌데 말이야. 그땐 뭐가 그렇게 심각했던 걸까. 우리의 냉전은 쪽지 한 장으로 눈 녹듯 풀릴 때가 많았는데. 어쩌면 나는 누구보다 나를 잘 아는 네가 이해해주길 바랐던 것 같아.

다른 지역의 대학교에 가게 되면서 자주 보지 못했고 연락도 뜸해졌어. 마지막 문자에 답장 못 해서 미안해. 사과가 많이 늦었지? 그래도 멀리서 들려오는 네 소식에 반가울 때가 많아. 네 덕분에 많이 웃었고, 우리가 함께 한 시간에 정말 감사해. 우리의 마음이 한 곳을 향하지 못하더라도 익숙한 시간 속에서 함께 흘러가 천천히라도 다시 만날 수 있길 바랄게.

From. 민정


가은
멀어진 친구에게 안부 문자를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다가도 끝내 보내지 못했었는데. 이렇게 편지를 쓰면서 잊은 줄 알았던 기억을 꺼내 보는 게 생각보다 즐거웠어. 다시 연락할 용기는 아직 부족하지만,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조금만 기다려줘!.


민정
우정이라는 주제 덕분에 향수에 폭 젖어 들었어. 비록 편지를 직접 전달하진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 언젠가는 닿게 되겠지. 친구가 이 편지를 읽으면 좋겠다가도 한 편으론 모르길 바라기도 해. 분명한 건 편지 속에 담긴 추억은 부끄럽지 않았으면 해.




#김가은학생기자 #채민정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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