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금단의 성(性)을 넘다
2021년 10월 1일
언제부터인가 OTT 플랫폼에 솔직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예능 프로그램이 많아졌다. 과거엔 핑크빛 연애에 대한 환상만 다뤘다면, 올해는 더 화끈하고 자극적인 콘텐츠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과연 누가 옛 연인을 눈앞에 두고 새로운 사랑을 찾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2021 연애 리얼리티는 기존에 없었던 파격적인 연출로 흥행에 성공했다. 미국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예능이 어떻게 한국에서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었을까.


Ch1. MZ세대는 이렇게 연애한다
MZ세대의 연애 방식은 기성세대와 두 가지 차이점이 있다. 먼저, 이들이 추구하는 ‘자유로운 연애’를 소개한다. 서로를 구속하기보다 사랑에 중점을 두는 자유연애에 흥미를 보이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지난 8월에 종영된 JTBC 드라마 <알고있지만,>은 이런 관계를 추구하는 모습이 잘 담긴 작품이다. 극 중 ‘박재언(송강)’은 ‘유나비(한소희)’와 썸 이상의 사이로 발전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사귀는 것도 아닌 애매한 관계를 유지한다. 연인이 되기까지의 험난한 과정을 보여주는 이 드라마는 사랑을 시작하기에 앞서 여러 사람을 만나보며 진정한 ‘내 사랑’을 찾는 MZ세대의 현실 연애를 그려낸다. 이와 더불어 콘텐츠 스튜디오 ‘플레이리스트’가 분석한 올해 1분기 자유연애를 다룬 웹드라마의 시청자 비중 1위가 18~25세라는 점에서 그들의 연애 트렌드를 추측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비대면 만남’이다.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MZ세대는 이성에게 접근할 기회를 바이러스에게 빼앗겼다. 이에 과거 소수의 전유물이었던 소개팅 앱이 보편화되기 시작했고, 청춘들은 사랑에 대한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앱을 이용해 비대면 소개팅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과 가상현실 세계인 ‘메타버스(Metaverse)’를 활용한 ‘줌개팅(줌과 소개팅의 합성어)’, ‘메타버스 미팅’이 등장하기도 했다. 온라인으로 연애 조언을 구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연애에 대한 고민 상담을 하는 유튜버 ‘김달’은 현재 구독자가 70만 명에 달한다. 그는 영상에서 연애 꿀팁, 이별 후 마음가짐 등에 대해 조언 하고, 시청자들은 댓글로 깨달은 바를 남기며 감사를 표한다. 이렇듯 모니터와 핸드폰으로 소개팅을 하고 만남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게 요즘 MZ세대의 연애 방식이다. 이성과 실제로 만나 눈을 맞추고 이 사람이 어떤 성격의 소유자인지 추측하며 가졌던 설레는 소개팅은 없어졌다. 비대면 소개팅은 이런 설렘을 놓칠 수밖에 없고,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그 허전함을 채워준다.

Ch2.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왜 열광하나
올해 방영된 티빙 예능 <환승연애>와 카카오TV의 <체인지 데이즈>가 넷플릭스 등 다양한 플랫폼에 노출되면서 높은 인기를 얻었다. 이별한 연인들이 모여 새로운 사랑을 찾아가는 <환승연애>와 이별의 문턱에 선 연인들이 다른 사람을 만나며 ‘커플 새로 고침’을 선보이는 <체인지 데이즈>는 자극적이지만 현실적인 연애 이야기를 담아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MBN 예능 프로그램 <돌싱글즈>는 ‘돌싱’들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면서 평균 3.03%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 세 프로그램은 모두 과거에 연연하지 않는 MZ세대의 연애 트렌드를 반영할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에게 ‘성장 모멘트’를 준다. 새로운 사랑을 찾는 과정에서 과거의 아픔을 마주하고, 직접 극복하는 모습으로 시청자의 마음을 울렸다. 출연진과 나이대가 비슷한 MZ세대는 화면 너머 그들이 겪는 아픔을 더욱 생생히 느꼈다. 그들은 출연진과 함께 설레고, 아파하고, 성장하면서 프로그램에 몰입할 수 있었다.

OTT 플랫폼 콘텐츠라는 점도 접근성을 높였다. 많은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넷플릭스 등 다양한 플랫폼에 동시 노출됐다. OTT 콘텐츠는 공중파 방송보다 주제 선정이 자유롭기 때문에 보다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기 쉽다. 따라서 OTT 시장에서는 과감한 시도를 해보고 싶었던 제작사와 다양한 프로그램을 원했던 시청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다는 메리트를 안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흥행 이유 중 상당수는 OTT플랫폼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Ch3. MZ세대의 ‘과몰입’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에는 소위 말해 과몰입하는 시청자들이 많다. 커플 간 관계도를 분석해 블로그에 올리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다른 의견을 가진 시청자와 키보드 배틀을 벌이기도 한다. 특정 콘텐츠에 감정 이입을 넘어 과하게 몰입하며 즐기는 문화의 출처는 이번에도 역시 MZ세대다. 과몰입은 어느새 그들이 즐기는 하나의 놀이가 됐고, 이로 인해 프로그램 연출이 수정되는 등 영향력도 파다했다. <체인지 데이즈>는 연애 중인 커플에게 새로운 만남을 주선한다는 점에서 방영 초기 시청자들의 분노를 샀다. 출연진의 상황에 이입이 된 나머지 마치 자신의 연인이 바람을 피우는 것처럼 느낀 것이다. 일각에서는 바람 조장 프로그램이라며 비난이 커졌고, 제작사는 이들의 의견을 반영해 커플들이 진지하게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대화의 장을 마련했다. 연인에게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다른 이성들과 주고받으면서 자신의 연애를 돌아보게 한 것이다. 이러한 연출은 단순히 파트너를 교체한다는 자극성을 줄이고, MZ세대의 연애 고민을 프로그램에 담아 진지함을 한 스푼 더했다. 제작진의 특단 조치는 이후 논란을 이겨내고 시청자들의 마음을 잡는 데 성공했다.

“예측불가한 그들의 소통 방식”


이렇듯 MZ세대의 문화 소통방식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그들은 기성세대와 달리 문화의 변화에 예민하다. 오늘과 내일이 다르며, SNS를 통해 매일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고 유행시킨다. 한국의 사업 트렌드와 기업 마케팅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변화를 주도하는 주인공 역시 그들이다. 다음, 또 그 다음에는 어떤 문화가 생길까. 그들이 무엇을 만들던 과몰입할 수 있는 것이길 기대해본다.
글_하서빈 기자
#하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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