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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 우리 사회에 필요한가?
한양대학교 중앙토론동아리 한토막
2021년 5월 17일
지난 3월,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일어난 연쇄 총격 사건으로 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한 8명이 목숨을 잃으면서 아시아계 인종차별에 맞서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동아제약이 채용 면접에서 성차별을 했다는 논란이 이는 등 현재 차별과 혐오는 전 세계적인 이슈다. 이에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발의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재주목받으며 찬반 논쟁이 치열하다. 차별금지법에 대한 대학생들의 생각은 어떨지 한양대학교 중앙토론동아리 한토막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직·간접적으로 차별을 당했거나 목격한 경험이 있나요?
남상우 이탈리아 여행에서 가족과 한 음식점에 방문했는데, 직원이 안내를 제대로 해주지 않고는 영수증에 적힌 대로 음식값을 지불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아버지와 직원이 실랑이를 벌였는데, 직원이 아시아인을 비하하는 눈 찢는 제스처를 했었습니다.
이용민 실제로 외국인 유학생 통역 활동이나 장애 아동 대중교통 인솔 활동을 하면서 차별을 겪었고, 부모님들로부터 ‘차별이 너무 많다’라는 말씀을 듣기도 했습니다. 또 학교에서 공부를 잘하는 친구는 덜 혼나고, 공부를 못하는 친구는 더 혼나는 차별도 겪었습니다.
허     준 언론에서 변희수 전 하사가 성전환 수술 후 강제 전역을 당한 기사나 성전환자가 숙명여대 입학을 거부당한 기사를 본 적이 있습
니다.
박정우 미국에 살 때 차별을 많이 당했습니다. 학교에서는 아시아계 사람들을 대상으로 따돌림이 많았고, 점심밥을 뺏어가기도 했습니다.

차별 행위의 대표적인 예로는 혐오 표현이 있습니다. 혐오 표현도 표현의 자유에 포함된다고 생각하나요?
남상우 표현의 자유에는 혐오 표현도 적용돼야 합니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에 따라 피해자가 생기면 반드시 그에 대한 책임을 질 필요가 있습니다.
이용민 혐오 표현은 표현의 자유라 볼 수 없습니다. 혐오 표현은 개인 간의 문제에서 그치지 않고 사회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엄유선 민주주의 사회는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지만, 그만큼 표현의 한계도 수반됩니다.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해를 끼치면서까지 표현의 자유를 행사할 권리는 없습니다.
허     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언급한 ‘퀴어 축제를 거부할 권리’처럼 저는 싫어할 권리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이 <자유론>에서 주장한 것처럼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자유라면 보호받아야 하고, 이는 혐오 표현도 마찬가지입니다.
박정우 생각의 표현에 옳고 그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또한 혐오 표현은 대전제 안의 소전제로 표현의 자유 영역 안에 혐오 표현이 포함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미랑 혐오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어 혐오 표현도 표현의 자유인지는 논의하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행위가 비판인지 혐오인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차별금지법 법제화에 찬성하시나요, 반대하시나요?
남상우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필요합니다. 법적 구속력이 존재해야 평등 사회가 가능해지고 사회적 인식이 개선될 수 있습니다. 이 법으로 모든 차별이 없어지진 않겠지만 명백한 차별과 혐오는 금지되어야 합니다.
이용민 저는 중립적인 입장입니다. 1972년 프랑스는 최초로 차별금지법을 제정한 후 오랜 기간 국제기구와 시민사회와의 충분한 대화로 법안을 확장했습니다. 이렇게 장기간 범부처적인 노력과 시민 의식 개선을 병행한다면 좋은 법안이 될 것 같으나 현재로서는 힘들어 보입니다.
엄유선 저는 실용주의적 입장에서 법안 제정을 반대합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실익이 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차별금지법을 통해 오히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혐오나 차별을 부추길 수 있습니다. 보여주기식 법안보다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허     준 저도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합니다. 헌법에서 수호하는 자유처럼 차별도 곧 표현의 자유입니다. 또한 극단적인 차별이나 혐오를 막는 법은 이미 존재하며 이 이상으로 법적 제재를 가하는 것은 불필요합니다.  
박정우 저도 같은 의견입니다. 혐오 표현 자체를 금기하면 해당 표현이 왜 잘못됐는지 파악하기보다 단순히 ‘하면 안 되는 것’이라고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법에 의존하지 않고 인간의 자정 능력에 따라 스스로 ‘왜 잘못된 것인지’를 알아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미랑 앞선 말씀처럼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분들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차별을 없애는 데 도달해야 하며,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비실용적이거나 정당하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저는 공식 석상에서 담론화하지 않는 것이 차별의 가장 악랄한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차별 금지법을 법으로 제정하고 점차 차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뤄나가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봅니다.

차별금지법이 법제화된다면 성적 지향과 젠더 정체성을 포함해야 할까요?
박정우 소아성애증처럼 반인륜적인 면도 존재하는 성적 지향은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어 차별금지법에 포함하면 안 됩니다. 반면 젠더 정체성은 개인의 정체성 문제이고 실질적으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므로 포함되어야 합니다.
엄유선 성 소수자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됩니다. 차별금지법으로 성 소수자들이 사회에 드러날 수 있지만, 법이 동성애, 양성애를 조장한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비약입니다.
남상우 차별금지법에 찬성하는 입장에서 해당 법에 인종, 종교, 성별은 포함하고 다른 영역을 배제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성적 지향, 젠더 정체성 모두 포함돼야 합니다.

차별금지법이 적용될 영역은 어디까지고, 차별의 기준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엄유선 차별금지법이 적용될 영역은 공적 영역과 물건 구매처럼 계약이 성립하는 일부 사적 영역으로 제한해야 합니다. 사적 영역 전반에 법이 적용되면 국가가 개인의 삶에 과도하게 간섭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차별 기준은 ‘동등성’이라고 생각해서 명시적으로 드러나는 것뿐만 아니라 응대 태도와 같이 명시적이지 않은 부분도 포함해야 합니다.
박정우 정의당 장혜영 의원의 발의안에서 23가지 차별금지 사유 중 성적 지향성 부분을 제외하고, 고용, 재화와 용역, 교육, 행정서비스 4가지 차별금지 영역 중 온라인 영역을 추가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차별의 기준은 편을 갈라 소수의 의견을 무시하는 말이나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이용민 차별금지법의 적용 영역은 고용이나 대중교통 이용과 같은 서비스 측면으로 제한해야 합니다. 주관적이고 포괄적으로 차별을 금지한다면 법 적용 대상이 다른 사람들에게 역차별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허     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혼자 생각하는 차별, 혐오는 보호받아야 하고 그 외의 영역은 제한되어야 합니다. 또한 어떤 행위에 비난의 소지가 다분하면 차별이 되지만, 공익성이 두드러지면 차별로 보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남상우 차별 대상에 예외가 존재하는 순간 차별금지법은 평등을 위한 법이 아니게 됩니다. 차별의 기준은 차별을 받았다고 주장한 사람에게 있기 때문에 자신이 차별을 받은 사실을 구체적으로 입증 가능하다면 차별금지법은 모든 영역에 걸쳐 적용될 수 있습니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면 사회에 어떤 긍정적, 부정적 영향을 미칠까요?
이용민 차별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바뀌고 범부처적 노력을 이끌어내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차별금지법은 사람들이 ‘무조건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남상우 국가인권위원회 장애 차별 진정사건 현황자료에 따르면 2007년 장애인 차별금지법이 제정된 후 관련 진정 수가 대폭 증가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자신이 겪는 부당함을 당당히 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입니다. 하지만 기존 개별 차별법에서 더 추가된 법이라 사법 체계가 복잡해지고 판결이 부정확해질 수 있습니다.
엄유선 차별에 대한 경각심이 커져 ‘비정상인’, ‘장애우’와 같은 용어 사용을 지양하게 될 것입니다. 반면, 동성애에 반대하는 기독교인들은 강제적으로 자신의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해야 하므로 이들이 국가 소송을 제기하면 사회적 손실 비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박정우 법이 제정되면 차별에 대한 자체 검열이 이뤄지고 혐오 표현도 줄어들 것입니다. 하지만 차별을 하는 다수가 차별금지법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여 오히려 잘못된 프레임을 만드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김미랑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나이, 인종, 성별 등 부분적 차별을 차단해 ‘차별을 하지 말자’는 대원칙을 세울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포괄적인 법은 잦은 소송으로 인한 법적 비용과 사회적 갈등이 나타나고, 이미 차별법이 존재하는 사법 체계를 무시하는 듯 보일 수 있습니다.
허     준 우연히 퀴어 축제 현장에서 전라의 퍼레이드나 신체 일부를 형상화한 물건 등을 보고 불편함이 느껴져서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이후 이를 부정적으로 여기고 시정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면 좋은 방향으로 개선되길 바라는 의견조차 제약받을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이주민 차별 및 혐오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김미랑 우리나라에서 ‘외국인은 다른 존재’라는 배타적 민족문화가 존재하므로 이 민족주의는 타파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타파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위계질서에 따른 서열 문화이므로 수평적인 소통이 가능하도록 상호 존중하는 문화로 바뀌어야 합니다.
박정우 미디어의 경우 ‘아시아인은 일을 잘한다’, ‘국내 이주민은 어리숙하다’와 같이 차별을 공고히 하는 언행을 삼가고, 인종에 따라 달라지는 연출과 각본을 개선해야 차별이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엄유선 낯설거나 접해보지 않은 것에 두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혐오와 차별을 정당화할 수 없습니다. 구체적인 다문화 교육과 인간 존엄성 교육만이 이를 근절시킬 수 있습니다.
이용민 이주민 노동자가 주로 3D 업종에서 일하고, 불법 체류자의 범죄 문제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이들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입니다. 따라서 시민들이 공감하고 사회 인식을 개선하는  캠페인 활동이 필요합니다.
남상우 잘 알지 못하는 사람에 대한 공포는 본능적으로 차별과 혐오가 생길 수 있습니다. 국내 뉴스에서 이슬람 국가는 전쟁과 테러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으로 보입니다. 이슬람 사람을 잘 접할 수 없는 국내에서는 뉴스를 통해 단순히 이슬람 사람 모두를 위험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주민 차별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다문화 교육이나 교환학생 같은 시스템을 어릴 때부터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모두가 평등한 사회를 위해 현재 가장 개선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남상우 사회 전반적인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일상에서 차별은 사라지기 어렵습니다. 차별금지법은 차별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제정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에 대한 법제화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김미랑 사람은 이익이 없으면 행동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나보다 지위가 낮은 사람을 차별하여 내 지위를 공고히 하는 것처럼 차별하는 사람은 차별이 이익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차별 행위를 합니다. 따라서 차별을 없앨 수 있는 가장 직관적인 방법은 차별이 가져다주는 실익을 없애는 것입니다. 차별금지법을 통해 차별로 인한 실익보다 해악이 더 큰 사회를 만든다면 차별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박정우 사람은 모두 다르지만, 그 이유로 소외시키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달라서 ‘이상하다, 맞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평등한 사회를 위해서라면 그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아야 합니다.
엄유선 ‘장애우’, ‘결손 가정’, ‘편부모 가정’과 같이 사고를 좌우할 수 있는 단어를 바꾸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또한 평등에 대해 동등한 위치에서 논할 소통의 장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이용민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의 의식 수준이 낮다고 생각합니다. ‘다르다’가 아닌 ‘틀리다’라는 표현을 쓰거나 ‘장애인’을 ‘장애우’라고 부르는 현상에 크게 문제를 못 느끼는 수준입니다. 어릴 때부터 학교나 가정에서 제대로 된 교육이 선행되어 의식 수준을 장기적으로 개선해야 합니다.  


Audience Talk


김미랑
한양대학교 정책학과 19학번

차별금지법에 대한 이슈를 접하고 나니 ‘내 자유가 누군가에겐 폭력이지 않았나?’ 하고 반성하게 됐습니다. 제 기준이 정의로울 때까지 더 공부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남상우
한양대학교 융합전자공학부 17학번

코로나19 이후 아시아계 인종차별이 늘었고, 차별금지법이 현재 사회 이슈가 되면서 우리나라 국민들도 관심을 보이는 주제였기에 굉장히 재밌었습니다.


박정우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20학번

현재 아시안 헤이트가 뜨거운 주제인 만큼, 그 속에서 제 생각을 좀 더 구체화할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엄유선
한양대학교 정책학과 20학번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여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은 제 생각과 완전히 대치되는 부분이었으나, 이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듣고 나니 생각의 폭을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이용민
한양대학교 기계공학부 16학번

동아리 부원들과 항상 찬성, 반대로 나뉘어 토론했는데,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서로의 다양한 의견을 편하게 들을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허준
한양대학교 관광학부 20학번

차별금지법이 입법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생각했는데, 찬성의 주장을 듣다 보니 어느 정도 납득이 되었습니다.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김채연학생기자 #박소연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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