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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펜트하우스>, 어떻게 보셨나요? 연세대학교 토론학회 YDT
2021년 4월 1일
지난 1월 종영된 SBS 월화드라마 <펜트하우스> 시즌1이 전국 최고 시청률 28.8%를 기록하고, SBS 연기대상에서 9명의 수상자를 배출하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불륜, 살인, 폭력 등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장면으로 보기 불편하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징계를 받기도 했다. 화제와 논란의 중심 <펜트하우스>가 보여주는 우리 사회의 이면은 무엇일지 연세대 토론학회 YDT와 이야기를 나눴다.

* 이 기사는 해당 드라마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드라마
<펜트하우스> 시즌1

2020.10.26~2021.01.05
국내 최고급 주상복합아파트 헤라팰리스를 배경으로 자식을 지키기 위해 악녀가 될 수밖에 없었던 세 여자의 일그러진 욕망과 부동산 성공에 관한 이야기.



드라마 <펜트하우스>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이 궁금합니다.
이주연 한 단어로 표현하면 ‘충격’이었습니다. 우리나라 드라마가 이렇게 극단적이고 자극적이었는지 처음 알게 됐어요. <펜트하우스>가 전국 최고 시청률을 경신한 것을 보니 대중이 자극적인 전개를 기다렸던 게 아닌가 생각했어요.
정예일 <펜트하우스>를 한 단어로 말하면 ‘욕망에 대한 포르노’입니다. 자극과 폭력을 대놓고 드러내기에 욕망에 대한 포르노 특성이 있는 것 같아요.
엄소현 <펜트하우스>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카오스’라 생각합니다. 무질서가 인간관계, 사랑 등에서 전반적으로 나타나 모든 캐릭터가 카오스인 인생을 살고 있어요. 반전과 반전의 연속인 펜트하우스를 볼 때마다 소름이 끼치면서도 중독처럼 계속 보게 됐습니다.
김민영 얼마 전, 3시간짜리 <펜트하우스> 요약본 영상을 접했는데 그 자리에서 홀린 듯이 다 봤습니다. 중독성이 강해서 시간 가는 줄도 몰랐어요. 신선한 충격을 준 드라마였고 그 몰입도가 어디서 오는지 고민해보게 됐어요.
손준호 <펜트하우스>는 롤러코스터예요. 마치 시청자를 롤러코스터에 태우는 것처럼 자극적인 소재가 쉴 틈 없이 전개되더라고요. 속도감 있는 전개가 스릴을 느끼게 만드는 것 같아요.
조윤정 막장 드라마는 잘 보지 않는데, <펜트하우스>는 재밌게 봤어요. 절대적인 선이나 악이 없고 입체적인 등장인물이 많았어요. 변화의 양상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펜트하우스>를 보는 것 같습니다.

<펜트하우스>는 자극적인 요소가 많아 비판이 들끓었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이렇게 인기 있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이주연 인기 있는 이유에는 코로나19의 영향이 크다고 봅니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단조롭고 따분한 일상을 살던 대중이 티비를 통해 자극적인 요소를 간접 경험 하면서 일상의 재미를 찾고 있는 듯해요.
정예일 과거에는 선한 인물의 이야기를 그려내면서 아름다운 세상을 보여주는 드라마가 많았어요. 하지만 요즘은 인물의 추악한 면을 드러내면서 이렇게 살면 안 된다는 삶을 보여주는 것이 인기를 끄는 것 같습니다.
엄소현 배우들의 연기가 소름 끼칠 정도로 탁월해서 더 몰입하게 되는 것 같아요. 개연성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 때문에 사람들의 인기를 끄는 것 같습니다.
김민영 보통 스토리는 발달-전개-위기-절정-결말로 이어지지만, <펜트하우스>는 위기와 절정의 반복입니다. 연출이나 전개도 훼이크가 많죠. 반전으로 뒤늦게 진실을 밝히는 연출도 시청자들이 몰입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 같아요.
손준호 최근 유튜브 등의 플랫폼이 짧고 자극적인 영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데, 이러한 특성이 <펜트하우스>에도 보여요. 그래서 빠른 속도감, 자극적인 소재가 대중을 저격하는 인기 요인이라고 봐요.


<펜트하우스>는 빈부격차, 학교폭력, 입시교육, 부동산, 갑질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소재로 다룹니다. 여러 소재를 다룬 장면 중 각자 인상적인 부분과 아쉬운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이주연 평범한 방법으로는 펜트하우스에 살 수 없다고 보여준 것이 인상 깊었어요. 각종 범죄나 사기 등을 벌이면서 이 정도 노력을 해야 금수저에 가깝게 살 수 있다고 보여주죠. 아쉬운 점은 학교폭력과 집단 따돌림을 과하게 묘사한 장면입니다. 리얼리티를 위한 것일지라도 모방 범죄가 우려돼요. TV에서 반복적으로 학교폭력을 보여주면 시청자들이 무감각하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엄소현 인상 깊었던 장면은 학교폭력 피해자인 민설아의 친모 심수련이 학교폭력 가해자와 부모를 혼내고 설교하는 모습이 통쾌했습니다. 가해자들이 잘못을 느끼도록 학교폭력을 간접 경험하게 만든 것도 좋았고요. 아쉬운 점은 아이를 바꿔치는 모습이었어요. 이는 형법 제 287조 미성년자의 약취로 엄중히 처벌을 받는 죄목입니다. 하지만 의료인들이 쉬쉬하며 아이를 바꿔치는 모습이 의료인에 대한 모독으로 비칠 수 있어서 조심스러운 부분이었어요.
김민영 학교폭력이라는 소재를 다룰 때 조금 아쉬웠습니다. 현실적으로 문제가 되는 학교폭력은 노골적이고 물리적인 폭력보다 미묘하면서도 고차원적이고 정신적인 폭력입니다. 하지만 이런 부분을 무시하고 학교폭력을 단순화해서 역효과가 나는 것 같아요. 학교폭력의 문제의식을 공론화하려면 현실을 더 잘 반영해서 스토리를 촘촘하게 짰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인상 깊었던 장면은 극 초반에 조각상에 떨어진 민설아의 시체를 본 헤라팰리스 거주민들의 반응입니다. 인간의 죽음보다 조각상의 가치, 자신들의 행사만 생각하는 모습에서 빈부격차를 풍자한 부분이라고 생각했어요.
손준호 저는 빈부격차를 해결하는 방식이 흥미로웠습니다. 가난해서 무시와 혐오를 받던 오윤희 모녀가 헤라팰리스에 입주할 때 굉장히 드라마틱하게 그려져 쾌감이 컸습니다. 하지만 계급상승만이 차별을 대처하는 방식이라는 통념을 강화한 것 같아 아쉬웠어요.

<펜트하우스>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욕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이주연 극 중 천서진은 오윤희를 이기기 위해, 자신의 딸을 배로나보다 잘 나가게 하기 위해 각종 일을 벌입니다. 내가 상대보다 더 잘 나가고, 더 많이 가지고 싶다는 생각에서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습니다. 그래서 욕망 없이 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지 않나 생각해요. 때론 욕망은 삶의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자신의 부족한 점을 채우고자 열심히 살게 되거든요. 하지만 과한 욕망은 <펜트하우스>의 모든 캐릭터처럼 삶을 파괴하는 요소가 되겠죠.
정예일 욕망 자체는 좋은 것으로 생각합니다. 적당한 욕망은 향상심을 불러일으키고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합니다. 하지만 <펜트하우스>는 욕망의 선을 넘어서 문제가 됩니다. 과도한 욕망으로 파멸에 이르는 사람을 보여줌으로써 단순히 욕망이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죠.
엄소현 예일 님이 말한 것처럼 욕망에는 선이 있습니다. 인간이 추구할 수 있는 욕망은 사회적으로 합의한 최소한의 도덕적 기준인 법의 테두리 안에 있어야 합니다. 만약 욕망이 앞서 말한 조건을 충족한다면 인간의 발전을 이끌어서 세상을 활기차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민영 욕망은 굉장히 자연스러운 것으로 생각합니다. 돈을 벌고 싶은 욕망, 꿈을 이루고 싶은 욕망, 사랑받고 싶은 욕망이 지극히 당연하다고 봐요. <펜트하우스>에서 천서진의 경우 이사장의 권력을 쟁취하고 싶은 욕망, 딸의 출세를 위한 욕망 등 본질적인 욕망은 납득이 가능했으니까요.
조윤정 욕망이 계속 충족되지 못하면 불행이 되지만, 일정 순간에 만족하면 행복이 될 수 있습니다. 욕망을 정신적인 것보다 물질적인 것에 가치를 둬서 역치를 높이면 불행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드라마는 부의 대물림 또한 이야기하는데요. 배로나는 “재능? 그딴 거 다 필요 없어. 돈이 재능이고 빽이 재능인데”라고 말합니다. 입시 경쟁이나 교육에서는 능력보다 돈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나요?
정예일 우리나라에서 부유한 학생이 혜택을 받는 것은 확실합니다. 2017년 교육부와 한국장학재단의 ‘국가장학금 신청자 소득분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이른바 스카이 대학 전체 재학생 중 73.1%가 국가 장학금이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본과 부가 있으면 실력을 갖추기 위한 조건을 쉽게 얻을 수 있어요.
엄소현 실력이 더 중요하다고 믿고 싶지만, 결과적으로는 돈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집안의 경제적 여건에 따라 입시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죠. 집안이 넉넉한 학생이면 어릴 때부터 영어 조기교육에 수학 과외로 실력을 쌓을 거예요. 반대로 끼니를 걱정하는 집안의 학생이면 교육보다 생계가 중요하기 때문에 공부보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 현실이죠. 물론 돈이 있어도 노력과 실력이 없으면 대입에 실패하겠지만요.
손준호 돈은 교육에서 ‘실력으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이념에 어긋나므로 부정적 평가를 받습니다. 하지만 암기력, 이해력 같은 능력도 자신이 원하는 만큼 태어나는 것이 아니므로 능력도 돈과 마찬가지로 우연적 요소가 있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조윤정 능력에는 돈과 같은 우연적 요소가 많이 포함되는데, 과연 능력만으로 판단 받는 것이 공정할까요? 명확한 답을 내릴 수 없지만, 능력과 돈을 같이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능력을 판단 받는 것에 대한 의문을 품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극 중에서 주단태는 부동산을 통해 돈을 쓸어 모으고, 오윤희 또한 부동산으로 헤라팰리스에 입성합니다. <펜트하우스>로 돌아본 우리 사회의 부동산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이주연 우리 사회에서 부동산은 빈익빈 부익부를 만들게 합니다. 가진 자들은 더 많은 땅과 집을 사들이고, 없는 자들은 땅값이 너무 올라 집을 살 엄두도 못 내죠. 부모님 세대는 꾸준히 일하면 집을 사는 것이 가능했지만, 지금 신혼부부들은 집을 살 생각조차 못 합니다. <펜트하우스>처럼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져야 살고 싶은 곳에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엄소현 최근 LH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이 광명시흥지구가 3기 신도시로 선정되기 전, 땅을 매입해 100억 원대 땅 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LH 직원들이 업무상 알게 된 정보를 개인 투자로 이용했다는 것에 온 국민이 분노에 휩싸였죠. 이를 통해 부동산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민감하고 중요한 주제임을 알 수 있어요.
김민영 원래는 물건의 가치가 가격에 반영되지만, 현재 부동산은 가격이 가치를 결정하는 이상한 구조입니다. 비싼 집이 좋은 집이 되는 기이한 현상이죠. 그래서 펜트하우스에 사는 것 자체가 스펙이면서 거주민들의 사회적 위치를 뒷받침하니까 어떻게든 펜트하우스에 입성하려고 안달이에요. 또 집의 가치와 가격 사이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도 않아요. 이렇듯 우리나라에서 해결해야 할 부동산 문제가 많은 것 같아요.
조윤정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은 거주지 이상의 의미가 있어요. 평생 일해도 내 집 하나 못 마련하니 노동의 한계를 느끼게 만들죠. 그래서 청년들이 주식이나 비트코인에 더 관심을 두는 것 같아요.


<펜트하우스>는 시즌3까지 편성 예정입니다. 시즌3에서 기대하는 내용, 자제했으면 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이주연 시즌3에서는 악행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길 기대합니다. 현실에서는 어렵더라도 드라마에서는 권선징악이 제대로 실현됐으면 좋겠어요. 또 폭력성과 자극성은 자제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미 드라마 팬층이 두터운데, 여기서 더 자극성을 높여 팬층을 끌어들이려고 하면 역효과가 날 수 있어요. 결론적으로는 악행에 대한 처벌, 이야기의 개연성, 제대로 된 결말을 보고 싶습니다.
정예일 내려놓을 것은 내려놓고, 건전한 욕망을 그려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엄소현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인과응보를 꼭 보고 싶어요. 불륜, 배신, 살인으로 얼룩진 범죄자 주단태, 천서진, 오윤희, 하윤철 네 사람 모두 파멸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으면 좋겠어요. 또 자극성을 조금 줄이고 스토리에 집중했으면 좋겠고요.
김민영 개인적으로 불륜 관계가 더이상 다양화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악한 캐릭터들의 사연이 밝혀지고 회개해서 그들의 행동이 정당화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악한 캐릭터는 그저 비난의 대상으로 남았으면 해요.
손준호 몰입도를 깨는 장면을 자제했으면 좋겠어요. 시즌1에서 갑자기 김병현 전 야구선수가 등장해 야구공을 던졌는데, 공에 불꽃이 붙으며 용으로 날아오는 장면은 황당해서 말이 안 나왔어요.
조윤정 새로움을 주는 것은 좋지만, 새로움을 바라는 시청자들의 기대 속에서 무리수를 두지 않았으면 해요. 완급조절을 해서 선을 과하게 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Audience Talk


김민영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19학번

펜트하우스의 내용, 등장인물에 대한 토론뿐 아니라 인간의 욕망, 돈과 재능 등 철학적이고 추상적인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재밌었습니다.


손준호
연세대학교 철학과 18학번

펜트하우스를 통해 우리 사회를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토론 내내 부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해서 아쉽지만, 대중매체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므로 계속 토론해나갔으면 좋겠어요.


엄소현
연세대학교 신학과 19학번

드라마에 대한 토론은 처음이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재밌었습니다. 드라마 장면에서 파생된 여러 이슈에 대해 깊게 얘기해서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주연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19학번

토론을 통해 펜트하우스가 다루고 있는 여러 소재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시청률을 위한 드라마가 아닌 펜트하우스만의 메시지를 남기고 종결했으면 좋겠어요.


정예일
연세대학교 교육학과 16학번

드라마를 주제로 토론해서 신선했습니다. 드라마가 현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나름대로 분석해보고 이야기를 나눠서 의미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조윤정
연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18학번

요즘 재밌게 보고 있는 드라마로 학회원분들과 이야기를 나눠서 즐거웠습니다. 드라마에 대한 토론인 만큼 인간, 사회의 본질에 대해 의견을 많이 나눌 수 있었습니다.



취재_현경주, 김채연 학생기자 글_현경주 학생기자
#현경주 학 #김채연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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