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마음, 안녕하신가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오진승
2020년 11월 2일
나긋나긋한 말투, 사려 깊은 태도로 인터뷰를 이어가던 정신건강의학과 오진승 의사는 “코가 불편하면 이비인후과, 감기 기운이 있으면 내과에 오듯이, 마음이 힘들면 정신건강의학과로 오라”며 힘주어 말했다. 그의 말을 듣고 나니 혼자 괴로워하며 망설이지 말고, 진료실 문을 두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정신과에 가봐야 하나?’ 망설여질 때, 가벼운 마음으로 오세요”

주중에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 주말에는 유튜브 채널 ‘닥터프렌즈’의 일원으로 활약하고 계세요. ‘닥터프렌즈’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 10년간 생활하면서 일반 대중이 선입견이나 편견 때문에 정신건강의학과를 멀리하시는 게 안타까워서 저희 과와 관련한 오해를 풀어드리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정신건강의학과 선생님들이 책을 쓰거나 블로그 활동, 방송 출연으로 관련 이야기를 전하셨다면, 저는 유튜브 영상으로 풀어내게 됐죠.

콘텐츠 제작 시 유의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의학, 건강 콘텐츠를 다루기 때문에 의학 교과서도 샅샅이 살피고 관련 논문도 찾아보면서 잘못된 정보는 없는지 내용 검증에 신경을 써요. 또 어떤 내용이든 단정적으로 말씀드리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사람마다, 사례마다 진료 과정이나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저희 영상에서 만능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죠. 그래서 ‘자세한 건 가까운 병원을 방문해 의사와 상의하세요’라고 영상을 끝맺음하는 경우가 많아요.

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하고, 전공 분야로 정신건강의학과를 택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어릴 때부터 의사를 꿈꿨던 건 아니에요. 남들처럼 수능 점수에 맞춰서 의대로 진학했는데, 그 이후에 방황이 시작됐어요. 제 친구들은 대부분 부모님이 의사거나, 혹은 어릴 때 의학 드라마를 보고 의사를 꿈꿨는데 저는 아니었거든요. 그러다가 학생 때 한 달간 보호 병동을 도는 정신건강의학과 실습을 나가면서 진로를 정하게 됐어요. 보호 병동에 방문하기 전에는 병동 환자들에 대한 선입견도 있었고, 걱정도 많았죠. 그런데 막상 병동 환자들과 이야기도 나눠보고 함께 탁구도 치면서 생활하니 환자들이 평범하다고 느꼈어요. 이때 편견이 깨지고 정신건강의학과에 매력을 느껴서 전공 분야를 정하게 됐어요.

최근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20대가 늘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어요. 현장에서 체감하시는지요?
시기적으로 코로나19 때문에 취업이 매우 어렵기도 하고, SNS의 영향으로 우울감이나 불안감이 높아져서 20대 환자의 내원이 증가한 건 사실이에요. 그런데 20대 내원 환자가 증가하는 현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여지도 있어요. 왜냐하면 20대가 다른 연령층에 비해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선입견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니까요. 예를 들어 제 또래들은 정신건강의학과에 간다는 사실을 숨겨야 한다고 생각해서 일부러 집 앞의 병원을 안 가고 멀리 다녀요. 반면에 20대들은 병원 후기도 공유하고, 상담을 받으러 친구와 함께 와요. 본인이 많이 찾아보고 거의 반 정도는 자가진단하고 오기도 해요. 처방받은 약에 대해서도 조사해보고, 효과에 대해 적극적으로 묻기도 해요. 그래서 저는 20대가 연애, 취업, 결혼 등으로 고민거리가 많고 힘든 시기이기도 하지만, 다른 연령대에 비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에 마음이 열려 있고 치료에 능동적이어서 회복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해요.


정신건강의학과의 문턱이 점차 낮아지게 된 원인이 있을까요?
이경규 씨가 TV에서 처음으로 공황장애를 언급한 것이 대중의 인식 전환에 큰 도움이 됐어요. 이후로 많은 연예인이 자신의 질환을 커밍아웃하면서 정신건강의학과 질환에 대한 대중의 이해가 늘고 거부감도 많이 없어졌고요. 또 최근에는 환자분들이 자신의 경험을 기록한 수기가 많이 출간됐어요. 저도 백세희 씨가 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를 좋게 읽었어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환자분들께 치료받으면 나을 수 있으니 병원에 오시라고 말씀드리면 의사니까 당연히 그렇게 말한다고 생각하세요. 하지만 실제로 치료받은 분들의 수기나 보호병동 체험기를 보면 ‘이 사람도 힘든 시기를 거쳤지만, 치료를 받고 좋아졌구나’하고 공감하는 정도가 큰 것 같아요.

20대 환자들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을 때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무엇일까요?
정신과 진료 기록 때문에 취업에서 불이익을 당할까봐 많이 걱정하세요. 하지만 의료 정보는 민감한 개인 정보여서 당사자의 동의 없이는 외부에서 함부로 들여다볼 수 없어요. 최근에는 직장인 환자가 우울증이나 공황장애로 병가를 내려고 진단서를 받으러 오기도 해요. 기업 문화도 점차 바뀌고 있는 거죠. 변화 속도가 빠르진 않더라도 사회 인식이 점차 바뀌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정신건강의학과는 언제 방문하면 좋을까요?
연인과 헤어져서 올 수도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감기로 예를 들자면 어떤 분은 병원에 안 가고 버티고 버티다가 열이 펄펄 끓어서야 병원에 오시잖아요. 반면에 어떤 분은 콧물이 비치거나 목이 좀 칼칼해도 바로 병원에 오시고요. 정신건강의학과도 그렇게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보시기에 따라 ‘연인과 헤어진 것 가지고 굳이 정신과까지 갈 필요가 있나?’라고 생각하지만 당사자는 힘들 수 있어요. 꼭 힘들지 않더라도 내가 어떤지 가볍게 상담을 받고 싶어서 올 수도 있고요. ‘내가 정신건강의학과에 가봐야 하나?’ 망설여지실 때, 가벼운 마음으로 오시면 좋을 것 같아요.
다만, 의사로서 안타까운 건 아직까지 내원 환자 대부분이 조금만 아파서 오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이에요. 최소 몇 달은 고민하고 힘들어하다가 오세요. 어떤 질환이든지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도 빠르고 예후(의사가 환자를 진찰하고 전망하는 병의 증세)도 좋으니, 오랫동안 꽁꽁 싸매고 있지 마시고 병원에 오셔서 전문가와 상의하시면 좋겠어요.

여러 질환 중에서 유달리 예후가 좋은 질환이 있을까요?
공황장애가 비교적 예후가 좋아요. 약물에 잘 반응하는 편이라서 치료가 잘 되고, 환자의 만족도도 높아요. 사람마다 중증도가 다르고 약물에 반응하는 정도도 달라서 일괄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공황장애 자체는 예후가 좋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반면에 예후가 걱정되는 질환도 있으실 것 같아요.
인지 기능이나 기억력이 떨어지는 치매나 망상, 환각이 있는 조현병 같은 질환은 꾸준히 관리해야 해요. 환자분 스스로 아픈 줄 모르기도 하고요. 질환에 대한 편견, 선입견이 강하다 보니 대중들의 공포나 혐오가 도리어 환자가 병원에 가지 않고 숨게 만들어요. 환자로서 약을 먹는다는 건 자신이 환자라는 걸 인정하는 과정이에요. 그런데 사람들의 혐오가 커지면 질환을 인정하기 싫어서 약 복용을 임의로 중단하게 되고, 병도 심해지는 악순환이 일어나요. 우리 사회에서 정신질환 포비아가 해소되고, 질환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치료를 향한 발걸음이 가벼워진다고 생각해요.

주변에 정신과에 내원하는 환자를 둔 보호자나 가족, 친구가 유의해야 할 점에 대해 알려주세요.
섣부른 위로를 건네기보다는 환자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는 자세가 중요해요. 그런데 사실 상대의 이야기를 온전히 집중해서 듣고, 들으면서 어떤 가치 판단도 내리지 않기가 굉장히 어려워요. 특히 내게 가까운 관계, 사랑하는 사이면 안타까운 마음에 환자의 말을 끊고 외출이나 운동을 권한다거나 자신의 경험을 덧붙여 말하게 돼요. 하지만 오히려 그 말이 환자에게 상처가 될 수 있어요. 조급한 마음에 도와주거나 뭘 해결해주려는 태도를 버리고, 의식적으로라도 이야기를 들어주시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니 환자분이 도움을 요청하는 그때 도와주시는 것이 좋아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서 직업적 고충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또 이를 해소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시나요?
진료를 위해 환자의 이야기를 공감하고 경청하다 보면 우울이나 불안 같은 감정에 전염될 때가 있어요. 진료가 끝나고 까닭 모르게 울컥할 때도 있고요. 그럴 때면 퇴근하면서 되도록 그런 감정들을 떨쳐내려고 노력해요. 그래야 다음날 제가 다시 환자분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반면에 직업적 보람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진료 결과 환자가 회복되고 좋아지면 기분이 좋죠. 또한 ‘닥터프렌즈’ 메일이나 영상 댓글로 격려받을 때 기분 좋은 것 같아요. 그중에서도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망설이다가 부모님께 ‘닥터프렌즈’ 영상을 보여드리고 함께 병원을 방문하게 됐다는 사연을 보내주실 때 가장 기분이 좋아요. 제가 만든 영상이 작게나마 환자의 건강에 공헌했다는 생각에 뿌듯해요.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좋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란 어떤 의사인가요?
인간으로서 제가 성숙해야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서 자질이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과 사람이 만나 대화를 통해서 진료하기 때문에 제가 성숙하고 올바른 가치관이 있어야 환자분 진료에 보탬이 돼요. 열린 마음을 가지고 편견 없이 다양한 사람들의 입장을 돌아보는 태도를 가지려고 노력해요.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어려운 시기를 건너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한마디.
코로나19로 바뀐 뉴노멀에 적응하고, 정신건강을 지킬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야 할 시기예요. 예전에는 사람들과 직접 만나 여행을 가는 즐거움이 있었다면, 이제는 SNS나 화상 통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친구나 가족과 연락하면서 사회적 고립감을 해소해보세요. 또 운동을 좋아하신다면 트레이닝 센터가 오픈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홈 트레이닝을 통해 건강을 돌보시는 방법도 좋고요. 너무 힘든 시기여서 지금 상황을 애써 외면하는 분들도 계세요. 체중을 재고, 피부를 관리하는 일에는 열심이면서 정작 어제와 오늘 내 기분이 어떠했는지는 생각해보지 않아요. 그러니 지금 내 감정이 어떤지 유심히 살펴보았으면 해요. 내 감정을 아는 것부터 치료가 시작되거든요.


프로필
(現)DF정신건강의학의학과의원 원장
(現)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前)마음사랑병원 진료과장
(前)김포다은병원 진료과장
(前)항공우주의료원 진료 과장

학력
2010년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2013년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석사학위 취득
2015년 고려대학교 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레지던트 수료

유튜브 채널
유튜브 채널 닥터프렌즈 운영

홍보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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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세프 유니캐스터 홍보대사

방송 출연, 강연
SBS FM ‘이숙영의 러브FM’ 고정 출연
SBS FM ‘딘딘의 뮤직하이’ 고정 출연
KBS FM ‘조우종의 FM 대행진’ 고정 출연
Mnet 오디션 프로그램 'I-LAND' 의학 상담 및 자문
세바시, 삼성SDS, 삼성카드, 아모레퍼시픽, 동아일보 강연
글_이신애 기자
#이신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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