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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출연 콘텐츠, 허와 실은?
대학생 연합 독서토론동아리 무지
2020년 9월 28일
한때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같은 관찰·육아 예능이 인기를 끌었고, 키즈 유튜브 채널 또한 우후죽순 생겨났다. 그동안 주로 키즈 유튜버들이 올린 막대한 수익이 화제였다가, 지난 2018년 자극적인 영상을 연출한 유명 키즈 유튜버의 부모가 아동학대 판결을 받으면서 큰 논란이 되었다. 이에 *아동출연 콘텐츠의 허와 실을 주제로 대학생 연합 독서토론동아리 ‘무지(無知)’의 의견을 들어봤다.


* ‘아동출연 콘텐츠’란?
19세 미만의 미성년자가 주요 출연자로 자리매김하는 콘텐츠

아동이 주요 출연자로 등장한 콘텐츠를 즐겨보나요?
김하진 어머니가 <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돌)>를 보실 때 같이 보고, 가끔 조카나 사촌에게 ‘띠예’, ‘보람튜브’ 등의 유튜브 채널을 틀어주는 정도예요.
박석희 아동이 주요 출연자인 관찰 예능은 잘 안 보는 편이에요. 다만 유튜브에서 다시 인기를 끌고 있는 <순풍 산부인과>의 ‘미달이’나 <지붕 뚫고 하이킥>의 빵꾸똥꾸 ‘해리’가 기억에 남네요.
정요한 저는 <슈돌>의 ‘잼잼이’를 좋아했어요. 또 영화 <아저씨>에 출연한 아역 배우 김새론이 인상 깊었어요.


아동출연 콘텐츠가 인기를 끄는 까닭은 무엇이라고 보나요?
김성호 아동출연 콘텐츠의 유행은 리얼리티형, 관찰형 예능의 인기와 같은 맥락이라고 봐요. 과거 예능이 각본대로 진행돼서 인위적이었다면, 리얼리티형, 관찰형 육아 예능은 출연자의 반응이나 일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걸 추구해요. 그래서 관찰형 육아 예능이 처음 등장했을 때, 시청자들에게도 신선하게 여겨졌다고 생각해요.
정요한 아동의 순수함이나 천진난만함이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기 때문이라고 봐요. <슈돌> 같은 관찰 예능은 성인 자녀를 둔 부모가 TV 속 어린아이들을 보면서 자녀를 양육할 때의 추억을 회상할 수 있어서 더 인기를 끌고 있다고 생각해요.
박석희 관찰 예능에서는 현실 육아의 힘들고 어려운 장면은 편집하고, 아이들의 예쁘고 귀여운 모습만 내보내서 시청자들에게 양육 판타지를 제공한다고 생각해요. 랜선 이모, 랜선 삼촌으로서 화면 속 아이를 그저 귀여워하기만 하면 되는 거죠.
김하진 아이들의 꾸밈없는 리액션이 성인 출연자와 대비해 진실하게 느껴져서 인기를 끄는 것 같아요. 그 외에 연예인 가족의 좋은 양육 환경을 들여다보는 것에 흥미를 느끼고 대리만족하는 것 같습니다.


아동출연 콘텐츠에서 우려되는 점은 무엇이라고 보나요?
김하진 아동출연자가 자발적으로 출연을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설령 본인이 영상에 출연하고 싶다고 뜻을 밝혀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나이도 아니고, 성인이 된 이후 생각이 바뀔 수도 있으니까요. 게다가 플랫폼에 영상이 계속 남아있다는 점도 우려됩니다. 어릴 적에 촬영한 영상이 성인이 되고 나서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거든요. 이를테면 ‘미달이’ 역할을 맡았던 배우처럼 특정 캐릭터의 강한 인상이 꼬리표처럼 남아서 새로운 배역을 맡거나 다른 일을 시작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어요.
정요한 관찰 예능에서 보호자가 아이들을 혼내는 장면을 몇 번 본 적 있어요. 그런데 그중에 옳은 훈육 방식도 있겠지만, 잘못된 훈육 방식도 여과 없이 방송되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시청자는 그걸 예능의 한 장면으로 보지만, 방송에 출연하는 아이들에게는 진짜 훈육이잖아요. 방송의 재미를 위해 잘못된 훈육을 제재 없이 내버려 두는 것은 아닐지 걱정됐어요.
김하진 2019년 퓨리서치센터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동이 출연한 영상이 그렇지 않은 영상에 비해 조회 수가 3배 이상 높았다고 합니다. 이처럼 아동출연 콘텐츠가 높은 조회 수를 보장하면, 더 자극적인 콘텐츠를 만들게 돼죠. 어린아이에게 씹기 어려운 산낙지나 대왕문어 같은 음식을 먹이려고 했던 키즈 유튜버의 부모도 금전적 수익에 눈이 멀어서 그런 행동을 서슴없이 했다고 말하고 싶네요.
박석희 아직 정서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아동이 부정적인 반응에 그대로 노출되는 점이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부 시청자들이 아동출연자를 향해 악플을 달거나 안티 카페를 개설하는 등 부정적인 피드백을 양산하는데, 이를 받아들이기엔 아동 출연자의 연령대가 매우 어리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어요.
김성호 부연하자면 성인 연예인들도 사이버 폭력으로 인해 자살하는 등 굉장히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고 있는데, 어릴 때부터 과격한 악플에 노출되면 자아 정체감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을 수 있어 우려됩니다. 그런 면에서 최근 유튜브 본사가 아동이 출연한 콘텐츠를 키즈 영상으로 분류해 댓글을 금지하고, 수익 창출 또한 막은 것이 굉장히 좋은 방향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동출연 콘텐츠 속 아동의 행위를 노동으로 보아야 할까요, 놀이의 연장으로 보아야 할까요?
김하진 촬영 주체가 누구였든, 촬영의 목적이 무엇이었든 결과적으로 금전적인 이익이 생기면 노동이라고 판단돼요. 그런 점에서 드라마의 아역배우뿐만 아니라, 개인 방송의 아동 출연자도 노동자라고 생각해요.
박석희 저는 아역배우의 경우엔 노동이지만, 관찰 예능의 경우 노동이라고 말하긴 어려울 것 같아요. 사생활 침해는 일어날 수 있다고 보지만, 권리적으로 상호 계약이 성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영상 출연을 곧바로 노동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부모가 아이의 초상권이 자기에게 있다고 생각하고 촬영된 영상을 공중에 게시하는 행위가 훗날 아이가 성장했을 때 인권 침해 요소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요한 유튜브 영상이든 관찰 예능이든 아동 출연자의 부모가 출연자를 대리해서 수익을 가져가잖아요. 그러니 부모가 아동의 후견인으로서 돈을 받고, 아이에게 전한다고 하면 이는 노동의 대가라고 봐요. 덧붙여 저는 아동 출연자의 행위를 노동으로 봐야만 노동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아이가 권리를 보호받고, 촬영 조건을 보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다면 피해를 보았을 때 아이를 구제할 방법이 없으니까요.


유명 키즈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 부모가 법원으로부터 아동학대 판결을 받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처럼 아동출연자가 콘텐츠 제작환경에서 보호받지 못했던 까닭은 무엇일까요?
김성호 아동의 권리에 대한 인식 자체가 미비하고, 노동 주체로서 아동을 보호할 근거가 구체적이지 못해서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1939년에 개봉한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 출연했던 아역배우 주디 갈랜드는 촬영장에서 흡연, 마약성 약물 흡입, 무리한 다이어트를 강요받으며 촬영했다고 해요. 당시엔 할리우드 영화 산업이 초창기였고, 아동을 보호할 법도 없었기 때문인데요. 이후 1939년 ‘재키 쿠건법(아역배우가 성인이 될 때까지 벌어들인 수입의 15%를 신탁 계좌에서 관리하도록 한 법안)‘이 제정되고, 1998년에 주디 갈랜드의 자전적 경험이 담긴 책이 출간되면서 아동출연 콘텐츠의 제작환경이 나아지게 됐다고 합니다.
김하진 저는 법을 제정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대부분의 법이 아동 보호의 책임을 보호자인 부모에게 위임하거든요. 그런데 아동출연 콘텐츠는 부모가 보호자이자 콘텐츠 제작자이기도 해요. 그러니 콘텐츠 제작자인 부모가 아동학대를 자행할 때, 그 부모에게 아동보호의 책임을 묻겠다는 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어요. 따라서 관련 법안을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콘텐츠 제작환경을 관리 ․ 감독하는 기관을 따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김성호 저는 콘텐츠 제작 환경을 관리·감독하는 기관을 따로 만드는 것은 힘들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아동출연 콘텐츠의 제작 목적이 금전적인 수익이 아니라 아이들의 정서와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쪽으로 방향이 바뀌어야 할 것 같아요.

지난 6월 30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인터넷 개인 방송에 출연하는 아동·청소년 보호를 위한 지침’을 내놨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지침이 실질적인 도움이 될까요?
정요한 아동·청소년 출연자의 보호받을 권리와 촬영을 거부할 권리를 명시했는데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 들어요. 아동·청소년이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부모의 의사에 반해 촬영을 거부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거든요.
김하진 좋은 취지로 만들어졌지만 강제성이 없어서 실효성에는 의문이 들어요. 또 콘텐츠 제작 과정만 언급하고 아동의 잊힐 권리, 사회적 파장 등은 전혀 다루지 않아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김성호 만약 이 지침이 법안으로 발전되면, 촬영 당시에 보호 받지 못했던 아이들이 나중에 성인이 되어서 어떤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박석희 가이드라인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대중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지침은 아니지만 업계 종사자들은 지침이 생긴 것만으로도 관심을 기울이고, 조심하게 될 거라 생각합니다. 아동·청소년 출연자를 보호하겠다는 방향성을 제시한 것 자체가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다 안전한 아동출연 콘텐츠 제작환경 조성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박석희 극단적일 수 있지만 아동출연 콘텐츠 제작 자체를 줄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연예인들이 자식을 이용해 이미지를 제고하고, 부모가 자식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행위를 시청자들이 거세게 비판하고 나선다면 아동출연 콘텐츠가 점차 줄어들지 않을까요? 이러한 사회 인식의 변화에 따라 키즈 유튜버나 관찰 예능의 경우 제작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 봐요.
김성호 저는 문화콘텐츠에서 아동의 출연 자체를 막기보다 미리 이익의 한계선을 정해두고, 지나친 이익 추구를 막는 게 오히려 현실적인 방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정요한 아동출연 콘텐츠를 바라보는 시청자의 인식이 가장 먼저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제껏 시청자의 콘텐츠 수요가 있었기 때문에 키즈 유튜브 채널이 우후죽순 생겼어요. 그러니 시청자들이 아동의 권리를 알고, 아동의 권리를 침해하는 콘텐츠는 구독을 취소한다거나 제작환경 개선을 요구할 필요가 있어요.


Audience  Talk


김성호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17학번
아동출연 콘텐츠가 주목받은 지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제작환경에 대한 지침도 성립해가는 단계에 있다고 봅니다.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아동·청소년 출연자를 보호하기 위해 합리적인 법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석희 가톨릭대학교 의학과 16학번
아이들이 의사 표현을 원활하게 하지 못한다 해서 그들의 권리가 무시되어서는 안 됩니다. 시청자의 즐거움을 위해 아이들에게 방송을 강요하고 있지 않은지 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김하진 고려대학교 신소재공학부 19학번
방통위가 ‘인터넷 개인 방송에 출연하는 아동의 권익 보장’에 나선 것은 환영할 일입니다. 앞으로 단순한 지침이 아니라 법령의 제정 및 모니터링 기관의 설립도 이뤄져 아동·청소년 출연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요한 고려대학교 한국사학과 17학번
우리가 아동출연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아동을 단순히 즐거움을 주는 도구로 보고 있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아동출연자가 콘텐츠 제작 중에도 아동의 권리를 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희원 학생기자 #김수빈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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